미국 지역은행 주식 투매 재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위기가 JP모간 인수로 일단락되었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지역은행 전반의 건전성을 다시 들여다보며 투매를 재개함에 따라 팩웨스트 뱅코프와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가 현지시간 화요일 장중 한때 각각 42%, 27% 넘게 폭락하고 변동성 확대에 거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KBW 지역은행 지수는 장중 기준 3월 13일래 최대폭인 7% 가량 빠졌다. 올해 들어 벌써 28% 넘게 빠진 셈이다. 코메리카와 자이온스 뱅코프 역시 모두 15% 넘게 무너졌다. 은행을 보유한 증권사 찰스슈왑도 5% 넘게 하락했다.
퍼스트 리퍼블릭을 인수한 JP모간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월요일 컨퍼런스콜에서 현재의 은행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고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스트레스가 은행산업에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숨을 깊게 들여마시라”고 조언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퍼스트 리퍼블릭 사태가 해결된 것은 좋은 신호지만 지역은행 전반에 대한 신뢰 부족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 규제당국이나 정부의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안다의 Ed Moya는 “JP모간의 퍼스트 리퍼블릭 인수가 은행섹터 불안을 잠재운 것은 단 하루로 그친 듯 보인다. 지역은행들 주가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필요없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취약해 보인다”며, “월가는 구제가 필요한 다음 은행이 어디일지 궁금해하고 있어 다른 지역은행이 쉽게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6월 미국 디폴트 리스크 주목
부채한도 특별조치가 이르면 6월 1일 소진되어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경고에 6월초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채 초단기물(T-bill) 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섰다. 일부는 5.3%를 상회하기도 했다. 미 연방정부 부채가 지난 1월 법정한도인 31.4조 달러에 도달하자 미 재무부는 디폴트를 막기 위한 비상수단을 가동해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다. 미의회 예산국도 자체 추정을 토대로 “6월 초”쯤 정부 자금이 고갈될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Wrightson ICAP의 이코노미스트 Lou Crandall은 부채한도에 따른 부도사태가 벌어질 정확한 시점(X-date)이 다소 유동적이라며, 7월 전에 재무부 금고가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겠지만 6월 부채한도 이벤트가 발생할 우려를 아예 간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X-date가 되면 정부가 신규 발행을 통해 기존 채권을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 직후 만기가 돌아올 채권에 대해 금리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6월 중순에 법인세가 들어오는 등 중간에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 재무부는 시간을 벌며 일부 데드라인을 넘길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지도부에게 5월 9일 만나 부채한도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데 대해 매카시 하원의장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의 초청이 부채한도를 조건 없이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그의 기존 입장을 양보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 향후 협상의 난관을 시사했다. 하원은 미국 부채한도를 1.5조 달러 증액하고 연방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공화당측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연준 인상중단 시그널?
미국 지역은행 우려가 재차 불거지고 미국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는 추가 증거가 나오면서 미국채 금리가 급락해 2년물이 장중 한때 21bp 넘게 후퇴했다. Osterweis Capital Management의 Eddy Vataru는 “연준이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연준은 아마도 인상을 강행할 것이며 이는 실수”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여전히 5월 FOMC 25bp 인상 가능성을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 6월 추가 인상의 경우 베팅을 거두었다. 또한 경기침체 우려로 올해 말과 내년에 금리 인하가 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Brandywine Global Investment Management의 Jack McIntyre는 “시장이 신용 긴축 냄새를 맡고 있다”며, “어떤 형태이든 신용 긴축의 타격이 뒤늦게 나타나는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과 동시에 맞물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 25bp 인상 기대
유로존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10개월만에 처음으로 둔화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 정책회의에서 ECB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를 뒷받침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4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대비 기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5.6%로 이전치 5.7%에서 후퇴했다. 다만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7%로 소폭 올랐다. 게다가 ECB 은행 대출 설문조사 결과 신용 기준이 1분기에 예상보다 “추가로 상당히” 타이트해진 것으로 나타나 50bp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ECB는 기록적 인플레이션에 맞서 지난 여름부터 기준금리를 이미 총 350bp 인상해왔다.
머니마켓은 이번 목요일 정책회의에서 50bp 인상이 단행될 확률을 20%로 지난주 30% 이상에서 낮췄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현재 3%인 단기수신금리는 7월 3.75%에서 피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완만한 둔화와 견조하지만 놀랄 정도는 아닌 GDP 성장률, 지속적인 신용 여건 악화 등을 감안할 때 ECB가 긴축 속도를 빅스텝에서 25bp로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랙록, 단기물 채권 선호
블랙록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시장에서 가격에 반영한 것보다 더 높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장기물보다 단기물 채권이 더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를 여전히 상회하는 상황에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잘못되었다며, 신용등급이 우량한 단기채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모두 이번주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Jean Boivin 등 스트래티지스트들은 “과거 경기 하강시 정책 금리가 빠르게 내려오곤 했지만 이번은 경직적 인플레이션 때문에 어려워 보인다”며,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자신들이 주도했던 경기침체에서 가파른 금리 인하로 구제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이례적으로 높은 채권 변동성이 주식과 채권 비중을 60:40으로 배분하는 전통적 포트폴리오 전략의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