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지난달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최근의 물가 진정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보다 크게 늘어 1년여래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연준이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LPL Financial는 연준의 바람과 달리 “인플레이션 온도는 오르고 노동시장은 식었다”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준 책무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보다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경제 전망에 따라 현재의 통화 정책을 유지하거나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에 모두 열려있다며, “지표가 적절하다고 시사한다면 회의를 한번 건너뛰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 트레이더들은 시장 예상을 웃돈 미국 인플레이션보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급증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이는 9월 고용지표 호조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스왑 트레이더들은 11월 25bp 인하 확률을 80% 위로 높였다. 달러(BBDXY)는 9거래일만에 약세로 돌아섰고, 전일 신고점을 경신했던 S&P 500 지수는 0.2% 하락으로 숨을 돌렸다. 한편 연준의 최근 50bp 빅컷에도 불구하고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9일 마감 주간 동안 110억 달러 가량 유입되며 총 자산 규모가 6.47조 달러로 신기록을 세웠다. JP모간은 대개 MMF는 연준의 완화 주기가 한참 진행되고 일드커브가 정상·안정화된 후에 자금 유출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美인플레와 실업…9월 근원CPI 전월비 0.3%↑
현지시간 목요일 미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비 기준 두달째 0.3%로,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3개월 연율로 계산하면 3.1%로 지난 5월래 최고치다. 전년비로는 3.3%으로 이전치 3.2%에서 가팔라졌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역시 전월비 0.2%, 전년비 2.4%로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경우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 등으로 10월 5일 마감 주간에 3만3000건 늘어 25만8000건으로 2023년 8월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블룸버그 설문 이코노미스트 예상치 중앙값은 23만건이었으며, 최고값은 25만5000건이었다. 연속 수급 신청건수 역시 이전주에 186만명으로 늘었다.
Bespoke Investment Group은 두 지표가 경제 측면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Fitch Ratings의 Olu Sonola는 “인플레이션이 식고는 있지만 죽은 것은 아니다”며, 9월 블록버스터 급 고용보고서와 더불어 이번 CPI 지표가 연준의 완화 기조를 신중하게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11월 25bp 인하 가능성은 아직 유효해 보이지만 12월 인하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CPI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한달만의 지표만으로 FOMC가 인플레이션이 하락 궤도에 있다는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11월 25bp 인하를 전망했다.
굴스비 ‘9월 CPI 크게 걱정 안해’…바킨 ‘11월 쉬어갈수도’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미국의 9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이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오직 물가 상승 압력에만 집중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12~18개월 동안의 전반적인 추세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졌고 일자리 시장은 우리가 완전고용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냉각되었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CNBC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여러 동료 연준위원들에 비해 금리 인하에 보다 적극적인 인사로 평가받는 굴스비는 최근 몇달간 FOMC 회의에서 의견이 분분해 “아슬아슬한 결정(close call)”이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는 아니지만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확실히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대한 리스크가 균형을 이룬 만큼 연준이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를 보다 중립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최근 식고는 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노동 시장을 자랑하며, 이에 따라 연준이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가져갈 여유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난 9월 점도표에서 연내 추가 1차례 25bp 인하 전망을 적었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이미 나는 올해 마지막 두 번의 회의에서 지표가 내 예상대로 나온다면 한 번은 동결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며, 들쭉날쭉한 지표를 감안할 때 어쩌면 11월에 쉬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현지시간 목요일 지표 발표 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좀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놔둘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본다. 오늘 보고서에 그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에 무게두는 채권시장..11월 인하 확률↑·커브 스티프닝
지표 발표 후 미국채 금리 커브는 스티프닝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한때 7bp 넘게 하락하면서 4% 아래로 내려온 반면,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받는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소폭 상승하며 7월 말 이후 가장 높은 4.1%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주 초 잠시 역전을 시도했던 2-10년 금리 스프레드는 13bp 가까이 확대됐다.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앞서 선물시장의 롱 포지션이 축소됐고 미국채 신규 숏 베팅이 증가한 점은 예상을 크게 웃돈 실업수당 청구건수 이후 단기물 강세를 주도한 잠재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PGIM 채권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Greg Peters는 “계속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노동 시장”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작년 이야기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오늘 지표가 엇갈린 시그널을 보냈다며, 트레이더들은 노동 시장 우려와 끈질긴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연준이 어떤 것을 우선시할지 파악하느라 애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 Victoria Fernandez는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는 연준이 물가 압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험을 나타내며, 동시에 현재 노동시장은 9월 고용지표 만큼 강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짧은쪽 금리가 약간 오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진단했다.
중동 긴장으로 유가 다시 급등…이스라엘, ‘치명적’ 대응 예고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이란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현지시간 목요일 저녁 회의를 소집하면서 중동지역 불안이 고조되며 국제유가(WTI)가 3거래일만에 급등세를 재개해 장중 한때 4% 넘게 치솟았다. 대이란 공격 시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달려 있다고 Kan 방송은 보도했다. 갈란트는 수요일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놀라운” 공격 대응을 예고했고, 이란 측은 필요시 수백, 수천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CIBC Private Wealth Group의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 Rebecca Babin는 “주말로 접어들며 잠재적 상황 전개를 가격에 반영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유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트레이더들이 대체로 지켜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정학적 우려로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헤지펀드 등은 원유에 대해 순매수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이란 석유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전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 달여만에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에 있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BOJ 부총재 ‘전망대로면 금리인상’…모마 ‘엔화 약세시 조기인상’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일본 경제가 전망대로 갈 경우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 완화적 정책 기조를 되돌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이끄는 정권에서도 BOJ의 통화정책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BOJ는 “그에 따라 정책 금리를 계속 인상할 계획”이라고 목요일 도쿄에서 열린 블룸버그 컨퍼런스에서 말했다. “금정위는 모든 회의 때마다 새로 들어오는 지표와 전망의 변화, 리스크 균형 등을 신중하게 평가할 예정이다. 우리는 방향을 미리 정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경제를 좀더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해 당장 이달말 예정된 금정위에서 금리를 서둘러 올릴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 고용 지표와 소비 추세, 중국의 소비지출은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직 BOJ 관료이자 현재 미즈호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마 가즈오는 “엔화가 달러당 150-155엔으로 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사람들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에 불평하기 시작하면서 BOJ가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엔 환율이 150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BOJ는 앞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와타나베 마사즈미 전 BOJ 부총재는 환율이 통화정책을 결정짓게 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7월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였다고 비판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