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CPI 충격? BOE 최후통첩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연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긴급 채권매입을 통한 BOE의 시장 개입이 이번주면 예정대로 끝난다며 3일 내에 유지 불가능한 포지션의 청산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워싱턴에서 “관련 펀드와 모든 회사들에게 내가 보내는 메시지는 이제 3일 남았다는 것”이라며, 금융 안정 지원을 위한 당국 개입의 핵심은 “한시적”이고 “연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연기금 협회는 이를 적어도 이달 말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최후통첩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1.1% 상승에서 0.9% 하락으로 수직낙하했고, 뉴욕증시 역시 장막판 약세로 돌아섰다.

HSBC 영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Daniela Russell은 영국에 대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연기금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지만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마치 움직이는 목표물을 쫓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베일리는 BOE가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 긴축을 추진할 생각이었는데 연기금 부채연계투자 전략에서 파생된 스트레스만을 타겟으로 한 선별적 개입 방식을 찾지 못해 결국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길트채를 사들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BOK)이 오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로 50bp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19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16명은 50bp를, 3명은 8월과 같은 25bp를 점쳤다. BOK가 이번에 또다시 빅스텝을 밟는다 해도 연준이 11월 75bp 인상을 포함해 올해 말 정책금리를 4.5%까지 올릴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폭이 더 벌어질 수 있어 달러-원 환율 불안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CPI 8.3% 넘으면 주식 폭락 위험

지난주 견조한 고용보고서 발표 후 연준의 비둘기파적 피봇이 테이블 위에서 치워진 듯 보이는 가운데 13일 발표될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이전치인 8.3%보다 높게 나오면 최악의 경우 주식시장이 5%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JP모간 트레이딩 데스크가 경고했다. 지난 9월 13일에 8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을 상회했을 당시 S&P 500 지수는 4.3% 급락했다. JP모간은 9월 CPI 상승률이 8.1%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블룸버그 설문조사 예상치 중앙값과 일치한다. 만일 CPI 상승률이 8.1%-8.3% 사이로 나올 경우 S&P 500 지수가 1.5%-2% 하락하는 “매수자의 파업”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CPI 상승률이 7.9%를 하회할 경우 S&P 500은 2%-3% 가량 랠리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S&P 500 지수가 지금의 CPI만큼 하나의 경제지표에 이처럼 부정적으로 반응한 적이 없었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대부분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7월 CPI 보고서를 제외하고 S&P 500은 해당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매번 하락했다. JP모간은 “이번주 CPI는 11월 2일 FOMC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될 것”이라며, “75bp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보이지만 이 후 두 번의 회의는 아직 컨센서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질 경우 채권시장은 12월 추가 점보스텝 인상 기대를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뉴욕연은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1년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8월 5.75%에서 9월 5.44%로 후퇴해 1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3년 후는 2.76%에서 2.91%로 높아졌고,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상승했다.

단호하고 일관된 연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의 최근 수준과 광범위한 특징, 지속성 등을 감안할 때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보다 제약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뉴욕이코노믹클럽 행사 연설에서 주장했다. 과도한 긴축에 따른 위험보다 지나치게 소극적 대응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고착화될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메스터는 인플레이션이 보다 고질적이 될 수 있어 정책금리를 점도표 중앙값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9월 점도표에서 연준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올해말 4.4%, 내년말 4.6%로 내다봤다. 메스터는 인플레이션이 내년 3.5% 정도로 크게 내려가고 2025년이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과정에서 추세에 못미치는 경제 성장과 고용 둔화가 필요하며, 금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알고 있고 모니터하고 있다. 또한 달러 가치도 미국 경제에 무역 및 금융시장 채널을 통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의 포커스는 국내 경제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PC 수요 둔화에 직면한 인텔은 대규모 인력 감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달러, 다음 위기 트리거?

Bob Michele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막강한 달러가 다음 시장 대격변으로 향하는 문을 열 수도 있다며, 자신은 리스크 축소 모드로 현금 비중이 10년래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달러로 촉발된 시장 위기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테일리스크로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더 높은 수익률과 안전성, 밝은 실적 전망 등을 이유로 달러 표시 자산을 잔뜩 사들였다. 이 중 상당부분이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유로나 엔화 등 역내 통화로 헤지되고 달러 숏이 이루어진다. 계약 만기가 돌아오면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상승시 그만큼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을 팔아야만 한다.

“달러가 훨씬 강해지면 특히 역내 통화로 달러 자산을 헤지하는데 있어 많은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뭔가 앞창문을 뚫고 나간다.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시스템이 긴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말 투자등급 크레딧 스프레드가 20bp 가량 치솟았을 때 많은 통화 헤지 계약의 분기말 롤오버와 겹쳤다며, 이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4.75%까지 올린 뒤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접근할 때까지 그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워낙 단호해 왠만해선 금리 인상을 멈추진 않겠지만, 만일 긴축을 중단한다면 잠재적 지불불능 사태가 터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나타나야 하는데 달러 상승이 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 ‘아직 최악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과 동일한 3.2%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0.2%p 하향 조정한 2.7%로 제시했다. Pierre-Olivier Gourinchas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며, “많은 이들에게 2023년은 경기침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먹구름이 몰려옴에 따라 정책입안자들은 단호한 스탠스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수십년래 가장 뜨거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성장 둔화와 겹쳐 글로벌 경제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장이 취약하고 시장이 스트레스 신호를 보이면서 정책 오판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데다,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전세계에 파장을 미쳐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 및 부채 부담을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6%로 7월 전망 대비 0.7%p 하향 조정했고, 내년은 1.0%로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로 7월 전망 대비 0.3%p 상향 조정하고, 내년은 2.0%로 0.1%p 낮췄다.

위기의 크레디트 스위스

미국 법무부가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대해 8년전 26억 달러 합의금을 내고난 후에도 미국 고객의 탈세를 여전히 도왔는지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남미계 여권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미 국세청(IRS)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신고하지 않은 미국 계좌 소유자들을 방조했는지에 대해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법원 기록에 따르면 전직 은행 직원들이 내부 고발을 했다. CS는 부적절한 행위를 부인하고 “높은 행동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미국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당시 CS는 수천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의 탈세를 도왔음을 인정하며 26억 달러를 내고 IRS에 미신고된 미국 계좌를 모두 닫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고조된 CS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CS는 작년 Greensill Capital과 Archegos Capital Management를 둘러싼 스캔들에 연루된 이후 주가가 3분의 2가량 폭락했다. CS는 리스크 문화를 완전히 개조하고 손실 투성이인 투자은행 부문을 다운사이즈하는 등 흑자 전환을 위한 전략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남미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매각하거나 투자은행 사업을 대폭 축소 또는 추가 정리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CS의 자본 부족이 40억-80억 스위스프랑에 이를 전망이라며, CS가 “구조적·주기적 도전”에 계속 직면해 있어 매도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증자도 선택지 중 하나이긴 하지만, 주가가 사상최저 부근인 상황에서 CS 임원들은 유상증자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