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신뢰지수 3년래 가장 크게 하락
현지시간 화요일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9월 신뢰지수는 98.7로 전월대비 6.9포인트 하락했다. 블룸버그 설문에 응답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중앙값 104는 물론 최저치인 101마저 크게 하회한 결과로, 낙폭도 2021년 8월 이후 가장 컸다. 최근 노동 시장이 둔화되고 높은 생활비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신뢰 지수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지표의 세부 내용은 지난주 연준의 50bp 인하를 이끌어낸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일자리가 많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중은 2021년 3월래 최저치인 30.9%로, 7개월 연속 줄어들며 2008년 이후 가장 긴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18.3%로 늘어 2021년초 이래 최고치에 이르렀다. 두 수치의 격차는 대공황 이래 최장기간인 8개월째 좁혀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의 빅 컷을 이끌어낸 노동시장 악화는 9월 소비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며 신뢰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이는 연말까지 실업률이 4.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당사 예상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리치몬드 연은 제조업지수의 경우 9월 -21로 202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그 하위 지표인 고용 지수는 2009년래 가장 빠르게 악화되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향하고 있다며,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데 대체로 성공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보우먼 연준이사 ‘인플레 리스크 여전’…신중한 접근 강조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있는 데다가 노동 시장이 아직까진 상당한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중앙은행이 “신중한(measured)” 속도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중 책무 리스크에 있어 특히 노동 시장이 계속 완전 고용 추정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이라고 현지시간 화요일 캔터키은행협회에서 발언했다. 지난주 FOMC의 50bp 인하 결정에 반대하며 25bp 인하를 홀로 주장했던 보우먼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자신은 보다 “신중한” 접근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주기를 25bp로 시작하는 것이 경제 여건을 강화하는 데 더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표를 향한 진전을 자신 있게 인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 증가세와 노동 시장 모두 크게 약해졌다는 분명한 추세가 나타날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임금은 노동 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아마도 일시적 요인이 최근의 실업률 상승에 기여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보다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중립적인 정책 기조를 향해 신중한 속도로 나아감으로써 노동 시장 상황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 더 나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를 부양하지도 제약하지도 않는 중립 정책 금리의 추정치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 추정치가 높으면 어떤 금리 인하 속도로든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美 상업용 부동산 바닥 찍었나..늘어나는 투자자 복귀 신호
가격이 2022년 고점에서 19% 하락하며 차갑게 얼어붙었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늘기 시작했다. 연준이 4년 만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고, 이에 따라 대출 기관과 부동산 소유주들은 손실을 정리하고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버릭 부동산 파트너스의 공동 설립자 David Aviram은 “2025년에는 확실히 좀더 활발해 질 전망”이라며, 저금리 시대에 무모하게 부채를 부풀렸던 매물들이 거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MSCI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거래액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2038억 달러에 그쳤지만, MSCI는 최근 거래량이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부동산과 대출을 주시하는 원매자들이 늘어나고,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존스랑 라살의 선임 매니징 디렉터 Michael Gigliotti는 “마치 스위치가 켜진 느낌이다. 모두가 흥분하고 있으며 새로운 유동성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과 골드만삭스는 CRE 대출을 위한 새로운 부동산 투자 신탁을 런칭하기 위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원을 받는 대출업체 Ascent Developer Solutions는 대출 수요가 불과 2~3개월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모으고 있다. 이달 아레스 매니지먼트는 미국내 부실 부동산 기회에 투자하기 위해 폐쇄형 부동산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3억 달러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노스윈드 그룹의 설립자 Ran Eliasaf는 “기다림은 이제 끝났다”면서, “가격 발견 단계를 지나 가격 현실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금리 커브 잇단 정상화..견고한 스티프닝 베팅
각국 중앙은행이 팬데믹 시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가파르게 올렸던 기준금리를 드디어 되돌리기 시작하자, 경기침체 신호 논란을 일으키며 수년동안 채권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7월 영국을 시작으로 한달 뒤 미국에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아졌으며 현재는 독일과 캐나다에서도 커브 스티프닝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커브 역전 해소는 트레이더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단기 금리가 빠르게 떨어진 데서 기인한다.
연준이 50bp로 금리 인하를 개시하면서 블랙록과 핌코 등 여러 자산운용사들은 커브 스티프닝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BMO 캐피털 마켓, 모간스탠리의 스트래티지스트들도 스티프닝을 예상했다. JP모간의 Bruce Kasman은 부분적으로 장기 금리가 올라 커브가 스티프닝된다면 “연준이 지속적인 경기 확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시장의 더 큰 확신”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미주 수석 투자 및 포트폴리오 스트래티지스트인 Gargi Chaudhuri “연준은 정책 정상화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채권은 포트폴리오에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TD은행의 유럽 금리 전략 책임자인 Pooja Kumra는 “독일 커브는 스티프너만 득세하는 미국 커브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독일의) 스티프닝은 멈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BOJ 총재 ‘인상 서두르지 않겠다’…BOE ‘초저금리 시대는 끝’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경제 지표에 따라 적절할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생각이지만 당장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10월말 금정위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화요일 오사카 연설에서 “정책 결정을 내릴 때 국내외 금융 및 자본 시장의 전개 상황과 그 기저에 깔린 해외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인들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Hamagin Research Institute의 Eiji Kitada는 지난 7월 인상 후 시장 대혼란으로 비판을 받았던 우에다 총재가 좀더 신중하고 분명한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단행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빨리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경제적 위기가 또 찾아오지 않는다면 초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현지시간 화요일 Kent Messenger와의 인터뷰에서 제로 부근까지 금리가 내려가려면 “매우 큰 충격”이 필요하다며, BOE는 통화정책 완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