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지난 주말 주식 거래 인지세 인하 등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한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몇몇 대형 뮤추얼펀드에게 역내 주식의 순매도를 하루동안 자제해 달라는 창구지도를 전달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증권거래소, 선전증권거래소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중국 CSI 300 지수는 월요일 5.5% 급등으로 출발했으나 오름폭을 거의 내주며 1.2%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반등을 틈타 홍콩 증시 연계 시스템을 통해 월요일 82억 위안(11억 달러) 규모로 중국 본토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은 8월에만 110억 달러를 넘어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향하고 있다. Huatai Securities 추정에 따르면 최근 증시 부양 조치로 일년에 약 7500억 위안 규모의 신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랠리가 금새 시들면서 ‘바주카포’급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vercore ISI의 중국 리서치 담당 책임자 Neo Wang은 중국 정부가 2008년 당시 강행했던 4조 위안 규모의 부양 패키지처럼 ‘바주카포’ 대책을 추가하지 않는 한 중국 증시의 턴어라운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Ting Lu는 이번 대책이 증시의 추락을 막기엔 충분치 않다며, 실물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조치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Marvin Chen은 이번 인지세 인하가 정책 당국의 시급성을 보여주지만 2008년과 달리 대규모 부양책이 뒤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신저점 전망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당국의 금융시장 살리기 의지에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산적한 경제 문제가 역외위안화 가치를 역사적 저점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마켓 라이브 펄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55명은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이 연말 전에 중앙값 기준 7.6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금요일 종가인 7.29 대비 4% 가량 위안화 약세를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설문 참가자 중 19%만이 향후 12개월 동안 중국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24%는 반대로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지난 3월의 경우 25%가 익스포저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위안화를 지지하기 위한 (중국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은 추세를 바꾸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 스트래티지스트는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출 프로그램으로 성장에 불을 지폈던 2008년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문 응답자 중 11%만이 “바주카포 같은”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으며, 대다수는 특정 산업을 타겟으로 한 온건한 대책을 전망했다. 32%는 어떠한 정책 구제도 너무 적고 너무 늦을 것이라며 비관했다.
미국채 강세론자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금리를 또다시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매도세에 시달린 미국채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Western Asset Management는 매력적인 수익률로 인해 채권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고, JP모간체이스는 채권에 대한 강세 베팅을 고수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투자 손실이 2007년 이래 최고점에 올라선 채권 금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 이익을 능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강세론자들의 주장이다.
Western Asset의 펀드매니저 John Bellows는 “현재 금리 수준에서 채권시장에 상당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하락하면 결국 연준은 실질 금리를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amieson Coote Bonds Pty의 James Wilson은 미국채 매도세가 최악은 지나간 듯 보인다며, “채권 금리가 고점에 가까이 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제약적 수준인데다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감안할 때 언제 얼마나 경제 성장이 둔화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Jay Barry 등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현지시간 금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채권금리가 현 주기상 고점에 다가서고 밸류에이션이 다소 싼데다 노동시장 지표가 추가 완화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채 5년물에 대해 전술적 매수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안정적인 미-중간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대로 정립될 경우 정치적 긴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막으려 애써왔던 러먼도가 지난 3개월에 걸쳐 미국 고위관료 중 네번째로 중국을 찾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다소 변하고 있다는 낙관적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월요일 베이징의 한 비즈니스 행사에서 미-중 무역의 대부분은 국가 안보와 관계가 없다며, 수출 촉진과 보호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운을 띄웠다. “우리의 상업적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정치 관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게 계획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미국은 중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을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서로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적어도 1년에 한번 회동을 갖기로 했다. 왕 상무부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 힘을 합쳐 교역을 촉진하고 미국 및 중국 기업들을 위해 “보다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시행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해 화요일 베이징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한 통상과 투자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엔화 1990년 수준으로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BOJ)이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고수할 경우 엔화가 30여년 전 수준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amakshya Trivedi 등 골드만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향후 6개월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엔에서 1990년 6월 이래 최고치인 155엔으로 높였다. 다만 내년 말엔 135엔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BOJ가 금리 인상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고 주식이 계속 지지를 받는다면 엔화는 계속해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현지시간 금요일자 투자자노트에서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 개선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BOJ의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엔화는 달러 대비 10% 넘게 빠지면서 올해 G-10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