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트레이드’가 재차 탄력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이 파죽지세로 단숨에 8만8000달러를 상향 돌파했다. Cumberland Labs의 Chris Newhouse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계속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시장이 마치 향후 몇년간 이어질 부정할 수 없는 강세장에 들어섰다고 깨달은 듯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동안 기록 경신 랠리를 이끌었던 빅테크에서 소형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승리에 크게 일조함에 따라 그 수혜가 예상되는 테슬라는 11월 5일 선거가 끝난 뒤 4거래일에 걸쳐 주가가 39%나 점프하며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 넘게 늘었다.
비트코인, 옵션서 연말 10만달러 베팅도
‘트럼프 트레이드’의 대표적 수혜자산인 비트코인의 랠리가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미 의회마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의원들이 등장할 가능성에 비트코인은 10% 넘게 점프해 8만844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올 들어 100%나 오른 셈이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이미 연말까지 10만 달러선을 내다보고 대규모 베팅에 나섰다. 암호화폐 관련 주식도 덩달아 급등세를 연출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는 각각 장중 한때 20% 넘게 올랐고, 마라 홀딩스와 라이엇 플랫폼스도 두자릿수 랠리를 펼쳤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과 디지털 자산에 정통한 규제 당국자의 임명 등을 통해 미국을 디지털 자산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트레이더들은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만 환호할 뿐 그같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시행 속도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블랙록이 운용하는 350억 달러 규모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에 지난 목요일 하루에만 14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자금이 순유입되었다. 직전일엔 iShares ETF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두 트럼프의 승리가 암호화폐 시장의 게임체인저임을 보여주는 신호다. DACM의 Richard Galvin은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리스크를 줄였다가 트럼프의 승리 후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상당한 매수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증시 연말 랠리…美재무장관 후보
JP모간 트레이딩 데스크의 Andrew Tyler는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보다 올해 연말 랠리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 외 지역에서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어 중국과 영국, EU, 캐나다, 멕시코 모두 2016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된 상태라는 점에서 S&P 500 지수가 8년 전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진단했다. 미국 빅테크 핵심 기업들인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증시 랠리를 계속 이끌겠지만, 금융주가 연말까지 S&P 500 업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전술적으로 강세적인 견해를 재확인하고, 올 연말까지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에 투자하는 바벨식 접근법을 추천했다. 다만 실망스런 실적을 보인 에너지주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재무장관 최종 후보 명단을 간추릴 계획이며, 월가 출신 인물이 장관직을 맡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재무장관 후보로는 칸토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Howard Lutnick,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John Paulson, 전 조지 소로스의 펀드 매니저였던 Scott Bessent, 칼라일 그룹의 임원이었던 버지니아 주지사 Glenn Allen Youngkin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도 재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한편 트럼프는 Tom Homan과 Stephen Miller 등 이민정책 강경론자들을 자신의 참모로 속속 불러들이고 있다.
유로-달러 패리티…JP모간 ‘달러 예외주의’
로버트 홀츠만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12월 금리 인하가 가능하지만 결코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머니마켓은 12월 ECB의 29bp 인하를 반영 중으로, 이는 연준의 15bp 인하가 프라이싱 중인 상황과 다소 대비되면서 통화 정책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ECB 위원은 금리가 내년 9월이면 2% 부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의 Meera Chandan FX 스트래티지스트 등은 미국 공화당이 하원까지 승리할 경우 유로-달러는 패리티를 향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선거 결과는 여러 채널을 통해 달러 예외주의를 증폭시킨다”며, “공식적인 관세 발표가 없더라도 다른 나라에서의 심리적 충격이 상당해 결국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소재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금요일 뉴욕장 이후 유로-달러를 매도하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기타 투자자 등의 달러 롱 투기 포지션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11월5일 마감 주에 약 176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10월 중순 달러 숏에서 포지션이 반전된 흐름이다. 아문디 US의 채권 및 통화 전략 디렉터 Paresh Upadhyaya는 “가까운 미래”에 달러를 지지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며, “시장은 마침내 글로벌·미국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치는 관세 리스크의 중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블랙록 등 채권시장 험난한 여정 경고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촉발된 채권 매도세는 단 하루에 그쳤지만 아직 험난한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Rick Rieder는 투자자들에게 채권 가격이 이제부터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금리 상승은 단기 채권을 높은 금리로 고정할 수 있는 기회지만, 현재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장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요일 FOMC 결정 후 그는 투자자 메모에서 전일의 매도로 인해 단기 금리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장기 금리 저 너머로 모험을 떠나는 것은 그 흥분(또는 변동성)을 감당할만큼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재정 계획은 대규모 지출 삭감으로 상쇄되지 않는 한, 연방 적자를 급증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채권 보유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채권 공급 물량을 흡수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플러스 채권팀 헤드인 Janet Rilling은 “채권 시장이 언짢은 금리 상승으로 재정 규율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2023년 10월에 찍었던 고점 5%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며, 이는 “이번 주기의 정점으로, 관세 공약이 완전히 시행된다면 일리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TCW그룹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Ruben Hovhannisyan은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적자와 부채 상환이 늘어나 금리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행정부에서 재정 적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시바 日총리 재선출…반도체·AI에 10조엔 이상 지원 약속
지난달 총선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뀐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1일 열린 특별국회 결선투표를 통해 가까스로 총리 자리를 지켰다. 기사회생에 성공한 이시바는 조만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측은 이시바 총리가 이달 중순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포럼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미국에 들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월요일 늦게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시바는 곧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미-일 관계에 대해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모두 각자 국익이 있지만 서로 부딪히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양국간의 관계는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이 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지, 딜을 이끌어내기 위한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시바는 또한 2030 회계연도까지 자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 10조엔(651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50조엔 이상의 공공 및 민간 투자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해 여러 부처와 논의하겠지만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닛케이 신문은 이시바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NTT 주식을 포함한 보유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11월 1일 보도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