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월가 실적우려, 美대선토론

김대도、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한국시간 11일 오전 시작하는 미국 대선 TV토론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의 3개월 내재 변동성이 작년 3월 은행 위기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고, 8월 초 시장 혼란 속에서 급등했던 주식 공포지수(VIX)는 최근 상승을 시도했다. 혼재된 경제 신호로 연준 금리 인하폭과 시기에 대한 베팅이 복잡해지면서 채권 트레이더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증시는 간밤 JP모간 등 월가 대형은행들의 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술주가 랠리를 펼쳐 S&P 500 지수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브렌트유는 2년여래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이 붕괴됐다. 중국 등 수요 침체에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며 투기적 매도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유가는 바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CIBC Private Wealth의 Rebecca Babin은 진단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10년물 BEI가 2.02%까지 내려왔다. SGH Macro Advisors는 이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하회할 리스크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애플과 구글이 유럽연합(EU)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패소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불공정 혜택을 받았다며 EU가 부과한 130억 유로의 과징금 결정을 지지했고, 구글의 경우 24억 유로의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 판결에 대한 모회사 알파벳의 항소 역시 기각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재택 근무 중이라고 대변인이 밝혔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대선, 시장별 관전 포인트

주식 투자자들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금과 관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S&P 500 기업의 수익을 4%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겠다는 해리스의 계획은 약 8%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증시에서 한 방향을 노리기보다는 상하방 큰 폭의 움직임에 베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씨티그룹의 미 증시 트레이딩 헤드 Stuart Kaiser는 스트래들 옵션 등을 예로 들며 “변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재정 계획이 주요 관심사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로 채권 금리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정부 부채와 예산 적자 전망이 악화되면 커브 스티프닝이 가속화될 수 있다. 통화시장에서는 멕시코와 중국 등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의 통화가 트럼프의 관세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달러를 기피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나왔다. 월가는 트럼프 관세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달러를 지지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트럼프는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상반된 내용을 트럼프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그리고 연준에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올지 등에 따라 통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웰스파고는 해리스 당선시 무역과 이민, 외교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안전통화로서의 달러는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가은행들 연이은 실적경고

다니엘 핀토 JP모간 사장이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인 실적 전망을 지적한 이후 JP모간 주가가 장중 한때 7.5%나 빠지며 4년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연출했다. 전일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가 3분기 트레이딩 매출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JP모간마저 우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업계의 비관적인 전망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관련 대출에 특화된 엘라이 파이낸셜(Ally Financial) 역시 대출자들의 신용이 악화되고 있어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는 IB 부문의 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슷해 월가의 일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일즈와 트레이딩은 한자릿수 초반대 증가율을 기대했다.

지난해 금리 상승에 힘입어 미국 4대 은행의 NII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만간 연준이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러한 순풍이 줄어들고 있다고 핀토는 지적했다. 핀토는 현재 월가에서 895억 달러 가량으로 보고 있는 내년 순이자수익(NII) 추정치가 금리 기대치를 고려할 때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며, 그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현지시간 화요일 업계 컨퍼런스에서 밝혔다. 그는 3분기 IB 수수료가 15% 증가할 수 있고 시장 관련 매출은 겨우 2%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수치 모두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낮다. 또환 2025년 비용에 대한 시장의 기대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美 초대형은행 자본 추가비율 9%…JP모간 등 우선주 상환 

미국 규제 당국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간 등 초대형 은행의 자본요건을 기존 제안보다 크게 줄이고 중소형 은행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을 면제할 방침이라고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말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공개한 수정 제시안에서 미국 8대 은행이 금융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자본금 증가율이 9%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제시된 19%에서 절반 가량 축소된 수준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규정을 적용받는 다른 대형 은행들은 규제 자본에서 증권 미실현 손익 등을 포함해 약 3~4%의 자본 요건 증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마이클 바는 설명했다. 반면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2500억 달러인 경우 이러한 미실현 손익을 인식해야 하는 의무를 제외하고는 소위 바젤 III 최종안에서 면제된다.

한편, JP모간은 이러한 새로운 규제를 앞두고 우선주를 줄이면서 대차대조표를 재조정하고 있다. 다음 달 16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상환할 예정으로 그 결과 올해 우선주 자본이 4분의 1 이상 줄어들게 된다. BofA는 올해 조달한 금액보다 수십억 달러를 더 갚아 우선주를 약 13% 축소했다. 우선주는 유럽의 AT1 본드(코코본드)와 유사하게 규제 자본에 포함되는 후순위 증권이다. 그동안 대형은행들은 금융 위기 이후 자본규정이 강화될 것을 예상하고 수년간 기본자본(Tier1)을 늘려왔다. 하지만 연준이 기존 계획보다 추가 자본 증가율을 절반 가량 낮추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우선주 상환을 통해 Tier1을 줄이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골드만 “美 증시 약세장 진입 가능성 낮아”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 금리 인하에 비해 사실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은 낮기 때문에 뉴욕 증시가 20% 넘게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골드만삭스가 진단했다. Christian Mueller-Glissmann 등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높은 밸류에이션, 엇갈린 성장 전망,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연말까지 주가가 후퇴할 수 있지만, 경제가 부분적으로 “건강한 민간 부문”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약세장이 나타날 확률은 희박하다고 9일자 투자자노트에서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길어진 경기 주기, 낮아진 거시경제 변동성, 중앙은행의 ‘충격 흡수’ 조치 등으로 S&P 500 지수가 20% 넘게 무너진 사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자산 배분에서 전술적으로 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하지만 12개월 시계에서는 “완만한 위험 선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왑시장은 연내 100bp 이상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BOJ, 다음 주 금리 인상 필요성 크지 않다 

일본은행(BOJ) 관료들은 다음 주에 열리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여전히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7월말 금리 인상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이다. BOJ가 9월 19일-20일 금정위에서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지난번 금리 인상 직후인 8월 5일에 닛케이 225 지수가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하는 등 예상치 못한 시장 혼란을 감안해 금융 시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8월 6일 실시한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12월이나 1월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BOJ 관료들은 금융시장을 주목하면서 동시에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갈 경우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BOJ 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견해가 대체로 유효하며, 따라서 금융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약할 가능성에 대비해 BOJ 입장에서는 다음 금리 인상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생각이며, 또한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정치 상황도 눈여겨 보고 있다. 자민당이 BOJ의 물가 안정 목표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신임 총리가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를 주문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