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英 75bp 유력, 식량 위기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이번주 미국은 물론 영국마저 75bp 금리 인상이 유력해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격랑에 휩쓸릴지 주목된다. 호주중앙은행은 25bp로 저속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50bp 빅스텝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증시는 지난 금요일 애플이 7% 넘게 급등하며 반등을 이끌어, S&P 500와 나스닥 100 지수가 각각 2.5%, 3.2% 상승했다. 일주일 사이에 빅테크주 시가총액이 3700억 달러 가량 증발했지만 여전히 너무 비싸다는 견해를 바꾸지는 못했다. 연이은 어닝 쇼크에 투자자들은 이들 주식이 위험하다고 믿고 추가 하락에 대비해 풋옵션을 미친듯이 사들였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Mark Haefele는 애널리스트들이 경제 펀더멘털 악화를 반영해 기업들의 수익 추정치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결국 밸류에이션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저가매수 매력이 없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애플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의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코로나19 방역규제를 피해 떠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있다.

러시아가 자국 함대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을 불참한다고 선언해 글로벌 식량 위기 고조와 곡물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해당 딜을 중재했던 터키와 유엔 등은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편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 금요일 한 괴한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침입해 그의 남편을 둔기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시 워싱턴에 머물고 있어 무사했지만, 정치인들을 향한 폭력 협박이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브라질 결선투표에선 개표율 90% 기준 좌파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50.5%대 49.5%로 앞서고 있어 박빙으로 끝날 시 선거 불복 등 정치불안이 불거질 수 있다. 토요일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최소 154명이 사망하고 100명 넘게 부상당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고, 정부는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으며 각종 대규모 행사가 취소됐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5%까지 공격적 긴축

블룸버그 설문 결과 연준은 이번주 FOMC에서 4연속 75bp 인상으로 확고한 매파적 입장을 유지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가 5%에 도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다. 12월에는 50bp, 그 다음 2번은 25bp로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이지만, 12월 75bp를 점친 전문가도 3분의 1에 육박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해당 설문은 4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10월 21일-26일에 실시됐다. 미국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비 6.2%, 전월비 0.3% 상승해 여전히 강한 물가 압력을 나타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인플레이션 역시 전년비 5.1%, 전월비 0.5% 상승을 기록했고, 실질 개인소비는 전월비 0.3% 증가해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고용비용지수는 3분기 1.2% 상승해 끈질긴 인플레이션 압력을 뒷받침했다.

ING Groep NV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James Knightley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75bp 인상할 전망”이라며, 약해지는 경제와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12월에 50bp로 긴축 속도를 낮출 것으로 보이지만 5연속 75b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파월 연준의장이 감속을 시사하면서 피봇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시장에 12월 50bp를 준비시키는 동시에 점도표로 최종금리 5%를 제시해 균형을 찾으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전망을 바꿔 내년 3월 5%를 최종금리로 제시했다.

연준 압박하는 정치권

연준 FOMC 정책결정 회의를 앞두고 정치권 압력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게 보낸 25일자 서한에서 연준의 이중 책무를 상기시키며, 인플레이션 진정도 중요하지만 완전 고용을 추구해야 하는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존 히켄루퍼 민주당 상원의원은 별도로 27일 서한을 통해 연준에게 금리 인상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대응을 필요로 하지만 연준이 너무 많이 너무 빨리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연준은 멈춰 서서 또 금리를 올릴 경우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적 압박은 바보 게임”이라며, 연준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증명하기 위해 긴축 의지를 더 다짐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또한 공공연한 외부 압박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솔직히 연준은 이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단기 금리나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적 압박이 시장 참가자 사이에 질문을 제기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통화정책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서머스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할 경우 1970년대처럼 더 심각한 금융불안정과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시장 요동

유럽 전역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약해지며 글로벌 채권시장이 금요일 요동쳤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10월 잠정치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EU 종합 기준으로 각각 전년비 7.1%, 11.6%, 12.8%로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일 유럽중앙은행(ECB)이 75bp 인상과 더불어 선제적 가이던스 문구를 변경하면서 머니마켓은 추가 긴축 베팅을 낮췄으나 CPI 지표 발표 후 일부 거래를 되돌렸다. 시장의 내년 ECB 최종금리 전망치는 목요일 2.65%에서 금요일 2.9%로 조정됐다. Amundi SA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Gregoire Pesques는 “중앙은행들이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단정지을 수 없다”며, 듀레이션 익스포저를 점차 늘려왔다고 밝혔다. “시장 방향이 바뀌려면 변동성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ECB 위원들이 12월 정책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액션을 원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Gediminas Simkus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의 다음 움직임이 “상당해야” 한다고 말했고, Peter Kazimir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으려면 경제를 제약하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Klaas Knot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12월 50bp나 75bp 인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편 Francois Villeroy de Galhau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75bp 보폭을 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모두 13bp 넘게 올랐다. 미국채 10년물 역시 장중 한때 13bp 가까이 점프해 4% 위로 다시 올라섰다.

영국 성장전략 버린다 

리시 수낵 영국 신임총리는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의 성장 전략을 버리고 대신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금리 상승과 물가 폭등,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불거진 심각한 공공재정 적자를 메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수낵은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과 함께 11월 17일을 목표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정부 부채를 어떻게 갚아나갈지 로드맵을 짜고 있다. Flint Global의 Tim Pitt는 재정건전성 확보가 당장 시급하다며, “명확하고 잘짜여진 성장 플랜이 필수적이지만 봄 예산에 포함시키는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요일 소식통에 따르면 재무부는 증세와 지출 감축을 통해 최대 500억 파운드 규모를 마련할 방침이다. 영란은행이 11월 3일 정책회의에서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보다 깊은 경기침체를 이끌어 인플레이션이 급락할 경우 시장금리가 낮아져 정부의 채무상환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내년 유가 120달러 전망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즈의 최고경영자(CEO) 스콧 셰필드는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경우 국제유가가 내년 배럴당 12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오니어는 미국 퍼미안 분지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대형 에너지업체 중 하나다. 셰필드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중국이 개방되면 내년 중반쯤 아마도 유가가 120달러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렌트유인지 WTI 기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3월만해도 139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여름 들어 중국의 봉쇄가 소비에 타격을 주면서 9월 83달러대까지 밀렸다. 현지시간 금요일엔 96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그는 또한 미국이 파이프라인이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같은 분야에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면 중국으로부터 추월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석유회사들에게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업들은 시추할 장소가 부족한 상태로 추가 생산을 하려면 2년이 걸린다고 셰필드는 설명했다. 따라서 바이든이 관련 업계는 물론 자금줄인 그들의 주주와 재무적 투자자들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