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프라이싱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내년말까지 3% 밑으로 떨어진다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 후 지난 주말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약 5%를 유지한다면 우리의 정상화 기간은 연장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년말까지 인플레가 3% 밑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재는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해도 기대에 부합하는 한 기존 금리전망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환율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한미간에 너무 큰 금리차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은은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허용하고 “환율 하락의 간접적인 영향에 따른”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이 세계공장된데 따라 한국이 이익을 보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으니 새로운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 총재가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를 옮긴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의 편집을 했다.
1. 잭슨홀 파월 의장의 발언이 한국과 아시아에 주는 의미
- 원화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과거 사례와 특히 물가 안정에 대한 파월의 발언은 시장 기대와 일치했다. 월요일(29일)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변동성을 너무 증가시키지 않기를 기대한다.
- (좀 더 장기적으로 볼 때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해도) 우리는 단지 환율 자체를 목표로 삼거나 한미 금리 격차 자체가 우리의 주요 정책 목표는 아니다. 확실히 미국의 더 높은 금리는 명백하게 원화에 약세 압력을 주고 그 약세는 우리의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킬 것이다.
- 너무 큰 금리 차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환율의 간접적 영향에 따른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2. 올해말 2.75~3% 정책금리 전망이 합리적이라는 이 총재의 기존 발언
- 언급했듯이 파월의 연설이 우리 예상과 일치해서 현 시점에서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전망을 수정하게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불확실성이 많다. 특히 겨울이 오면 유럽의 휘발유 등 유가가 어떻게 될 지 등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 이번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중국의 경기둔화, 많은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등 11월 G20 회의에서 국제 정치의 돌파구가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 이러한 불확실성에 따라 우리는 어쩌면 정책 옵션을 수정하고 재고해야 할 것이다.
3. 내년에도 한국 물가가 5% 위에서 계속 머문다면 점진적 인상 혹은 50bp 인상 가능성?
- 현재로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미리 말하지 않는다. 우리 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 그러나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약 5%를 크게 웃돈다면, 파월이 말한 것처럼 우리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다.
4. 한국 경제가 주택시장 조정을 얼마나 견딜 수 있나?
- 그 정도를 계량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집값은 상당히 올랐다.
- 현재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주택 투자를 이끄는 가계 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
- 한 가지 까다로운 점은 미국과 달리 우리는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라는 점으로, 모기지의 약 77%가 변동 금리다.
-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는지에 있어 실제로 우리에게 약간의 제약을 준다.
5. 시장에 반영돼 있는 내년 한국의 금리인하에 대해
-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 앞서 말했 듯이 인플레가 약 5%를 유지한다면 우리의 정상화 기간은 연장될 것이다.
-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떨어진다면, 우리는 내년말까지 인플레가 3% 밑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누가 알겠는가?
6.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 반도체 가격에는 많은 경기 순환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
- 중기적으로 우리는 글로벌 밸류 체인의 구조변화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
-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정말 이익을 봤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글로벌 밸류체인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
7. 중국의 경제 둔화
- 중국의 둔화는 확실히 한국에 중요한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 우리는 10~11월 중국의 당대회 이후 코로나 제로 정책이 어떻게 될 지 지켜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 부양책이 어떻게 경기둔화를 완화시키는 지도 봐야 한다.
8. 미국, 유럽과 비교해 아시아의 도전과제?
- 아시아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태국과 다른 아시아 경제를 보면 코로나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특히 경제가 관광 등 대면 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현재 인플레에 대한 압력이 덜하다.
- 한국은 어떤 면에서 보면 아시아 국가 중에서 다소 예외적이다. 우리 물가는 약 6%로 매우 높지만, 물가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미국과 매우 다르고, 유럽과 다소 유사성이 있다. 공급망 충격, 유가 등이 주도했다. 문제는 비슷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9. 전통적, 비전통적 통화정책?
-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는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또한 이들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더욱 큰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에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 어려울 것 같다.
10. 비판에 직면에 중앙은행들
- 정책 입안자들은 비판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를 보면 전세계는 대공항을 걱정했다. 당시에 내놓은 일부 정책들과 포워드 가이던스는 생산 안정에 기여했다.
- 코로나 이후에는 지금 노출되어 있는 여러 확장 정책의 다른 국면이 있었다. 지금 보면 코로나가 공급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예상하지 못했고, 우리는 공급 측면의 영향을 다소 과소평가했다. 그게 우리가 비판받는 이유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때 모두가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걱정했었다.
- 우리는 세상을 구해야 한다. 지금은 일종의 전쟁기간이다. 코로나,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사람들을 전쟁에서 구해야 한다.
— 기사관련 문의: 김대도(서울) 기자 dkim640@bloomberg.net, Kathleen Hays(뉴욕) 기자 khays4@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