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속에 달러-원 환율이 ‘빅피겨’ 레벨에 바짝 다가서자 외환당국 개입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31개 통화 가운데 원화는 10월 들어 29일까지 달러 대비 5% 가량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 뉴질랜드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칠레 페소 등과 함께 절하폭이 가장 컸다. 오늘 오전 원화는 하루만에 다시 강세를 보이며 1383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연준 금리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시장 조정이 맞물리면서 10월부터 달러 강세 흐름이 가파르다는 점이 환율 상승의 직접적 배경이다.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 속에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지자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안해졌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 등 경제 수장들의 입을 통해 시장에 메시지는 전달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이 통화정책에 고려 요인으로 다시 들어왔으며, 환율 변동에 유의하고 있고 시장에 개입할 탄약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공급망, 유가, 환율 등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적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지난 4월에는 달러-원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터치하자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고, 그 시기에 물리적으로 매도 실개입도 단행했다. 1400원을 찍기 이전부터 시장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당국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4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은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쓰는 레벨이란 점을 방증한다.
다만 심리적 요인으로 여러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유지될 가능성을 제외하면 당장 1400원이 가져올 파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서은종 BNP파리바 서울지점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기계적으로 평가해 원화가 약세로 간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 영향 속에 기업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서 거주자 외화예금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 동안 달러-원의 평균 환율은 1345원 정도로 현 수준과 크게 괴리됐다고 볼 수 없으며, 위아래 등락폭은 90원 정도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ELS 담보를 떨어뜨려 마진콜 사태까지 연결될 수 있으려면 홍콩 H지수 등 기초자산이 크게 밀려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와 반대다.
유창범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전화통화에서 “2022년 9월 1400원을 넘을 때는 환율이 너무 빨리 올랐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3개월 전 환율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하고 자본비율이 안 좋아지겠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은종 BNP 서울지점 대표는,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는 환율까지 올라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외화자금 측면에서도 달러는 오버펀딩 상태라고 진단했다.
— 기사 문의: 김대도 기자(런던) dkim640@bloomberg.net